원로에게 듣는다 첫번째 시간으로 전 보건복지부 장관 차 흥봉님이 보내주셨습니다.
지역사회중심 케어매니지먼트(CM)체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개혁과제 2024. 6. 27 차 흥 봉 전 보건복지부장관
1. 문제 제기
고령사회가 우리에게 하나의 커다란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다. 평균수명이 연장되어 노인인구가 크게 증가하는 고령사회에서 노인문제가 커다란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젊은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들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노인인구가 증가함으로써 사회적으로 부양부담이 크게 증대하는 것이 문제인데 특히 노쇠, 허약, 중풍, 치매 등 만성질환으로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노인에 대한 장기요양서비스를 어떻게 제공하느냐 하는 것이 큰 과제가 되고 있다.
한국도 이제 초 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이 이슈에 당면하고 있다. 과거에는 가족의 부양기능에 의존했던 문제이지만 이제는 가족의 구조와 기능이 변화하면서 이 문제를 사회가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정부에서도 이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2007년 4월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을 제정하고 이 법에 의하여 2008년 7월 1일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실시되고 있다.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늘 걱정하고 있는 문제의 하나는 늙어서 병들고 몸이 약할 때 자식에게 폐를 끼치거나 남에게 신세 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바로 이 걱정을 덜어주는 제도이다. 노후에 거동이 불편하여 장기요양보호를 필요로 할 때 자식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남한테 신세 지지 않고 공식적인 제도로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받는 제도이다. 말하자면 ‘현대판 효자제도’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시작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21세기 초고령사회에서 우리나라 노인복지의 획기적 발전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런데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에서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노인에게 필요한 요양서비스를 어떻게 제대로 제공하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 요양서비스를 어떻게 관리하느냐 하는 서비스의 관리체계 즉 케어매니지먼트체계를 어떻게 수립하여 운영하느냐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요양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노인의 욕구가 다양하고 무한정하며 혼합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어서 이러한 특성의 욕구를 전문적으로 파악하고 이에 대응하여 적절한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사회복지적 관점에서의 전문적 케어매니지먼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우리나라에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된 후 17년이 지난 현재시점에서 지역사회에 기반을 둔 케어매니지먼트체계의 도입 필요성과 이 체계의 바람직한 수립방향에 대하여 생각해보고자 한다.
2. 문제제기의 배경
필자는 2000년 보건복지부장관으로 우리나라 노인장기요양보장제도의 도입을 제안하고 같은 해 8월 15일 대통령이 광복절 기념사를 통하여‘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도입 선언을 한 후 지난 24년간 이 제도의 발전을 지켜보고 있다.
2003년 3월 보건복지부의 노인장기요양보장추진기획단의 일원으로 노인장기요양보장제도의 기획단계부터 참여하여 그 후 2004년 3월에 설치된 보건복지부의 공적노인요양보장제도실행위원회의 위원장으로 2005년 1월까지 노인요양보장제도의 기본체계 모형을 개발하였다. 그 후 2006년과 2007년 사이 약 30회에 걸친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정 공청회 개최, 전국적인 시범사업을 거쳐 2007년 이 법의 국회통과과정과 그 후 2008년 7월 1일 노인장기양보험제도의 시행을 지켜보았다.
이처럼 긴 시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정책수립 과정에서 가장 많이 논의되었던 이슈가 이 제도의 재정체계와 서비스 전달체계에 관한 문제였다.
첫 번째 이슈는 이 제도의 운영에 필요한 재정을 정부의 공공예산(정부재정방식)으로 확보하느냐 아니면 사회보험방식으로 국민이 부담하는 보험료로 확보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두 번째 큰 이슈는 노인요양서비스를 정부의 공공서비스로 하느냐 아니면 민간의 사회복지서비스 방식을 활용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2003년 이후 2005년 사이 노인장기요양보장기획단과 공적노인요양보장제도실행위원회의 오랜 연구와 열띤 토론 끝에 필요한 재정은 사회보험방식을 활용하기로 결론을 보았다. 기존의 건강보험제도가 사회보험방식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의료보장과 유사한 노인장기요양서비스도 이 방식으로 재정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현실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리고 노인요양서비스는 전문성 과 효율성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민간의 사회복지서비스방식을 채택하기로 하였다. 이 제도의 재정을 사회보험방식으로 조달하기로 했기 때문에 장기요양서비스도 공적기관이 담당하지 않고 민간에 맡기는 옳다고 판단한 것이다. 공공적 요양서비스의 관료성을 경계하고 민간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적극 활용하자는데 모두 공감한 것도 중요한 이유이다..
이와 같은 정책과정을 거쳐 시행된 우리나라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24년이 지난 지금 초 고령사회에서 노인복지를 위한 중요한 제도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현시점에서 종합적으로 생각해보면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재정(2023년 약 1.1조원)은 기존의 건강보험제도 덕분에 비교적 효과적으로 조달되어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노인요양서비스체계 면에서 혼합적 성격의 요양서비스에 접근하는 민간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살리고 이 서비스에 필요한 지역사회자원을 효과적으로 동원할 수있는 지역사회중심의 서비스체계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느냐 하는 문제는 아직도 숙제로 남아있다.
필자는 여기서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지역사회중심의 케어매니지먼트체계를 그 대안으로 제안하고자 한다.
3.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주요내용
2007년 4월에 공포한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라 만들어진 우리나라 노인장기요양 보험제도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서비스대상자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서비스 대상은 보편주의 원칙에 따라 전 국민으로 정하고 있다. 사회보험방식에 따라 보험가입자는 국민건강보험의 가입자와 같이 전 국민으로 하고, 보험급여의 혜택을 받는 장기요양대상자는 65세 이상의 전체 노인과 64세 이하의 국민 중에서 치매, 중풍 등 노인성질병을 가진 자로 정하고 있다. 이 제도에 따라 장기요양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대상자의 범위는 장기요양등급판정기준에 따라 요양 1등급(최중증)부터 요양 5등급까지의 5개 등급에 해당하는 사람이다.
2) 서비스의 종류와 내용
장기요양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노인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 법에서는 장기요양급여라고 하고 있다. 장기요양급여는 신체적, 정신적 장애에 대한 요양 및 복지서비스 중심으로 운영하되 구체적으로는 신체활동 및 가사활동의 지원 또는 간병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장기요양급여의 종류는 시설급여, 재가급여, 특별현금 급여의 3종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 중에서 주된 서비스의 내용은 현물급여인 시설급여와 재가급여의 두 가지 종류이다.
다만 특별급여는 노인요양병원에 입원한 대상자에 대한 간병비, 가족장기요양자에게 지급하는 가족요양비, 비지정시설에서의 서비스에 대한 특례요양비 등의 현금급여를 예외적으로 제도화하고 있는 것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의하여 장기요양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본인 또는 대리인이 보험자인 공단에 신청하고, 공단의 방문조사, 등급판정 등의 절차를 거쳐 장기요양인정을 받은 후 원하는 장기요양기관을 선택하여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되어있다.
장기요양인정 신청 - 65세 이상 노인 또는 65세 미만 노인성 질환자가 공단에 의사소견서를 첨부하여 장기요양인정 신청
* 신청자 : 본인, 가족이나 친족, 사회복지전담공무원(본인이나 가족등의 동의 필요), 시장․군수․구청장이 지정하는 자
방문 조사 - 공단 소속직원(사회복지사, 간호사)이 신청인의 심신상태 등을 조사
등급 판정 - 공단은 조사결과서, 의사소견서 등을 등급판정위원회에 제출
- 등급판정위원회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등급판정기준에 따라 장기요양급여를 받을 자로 판정
* 신청서를 제출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판정 완료. 다만 정밀조사가 필요한 경우 등 부득이한 경우 연장 가능
장기요양인정 - 장기요양등급, 장기요양급여의 종류 및 내용이 담긴 장기요양인정서와 적절한 서비스 내용, 횟수, 비용 등을 담은 표준장기요양 이용계획서 송부
* 장기요양인정 유효기간 : 최소 1년 이상
* 장기요양인정의 갱신신청, 장기요양등급 등의 변경신청, 이의신청 절차 있음
장기요양기관 선택 - 원하는 장기요양기관 선택
* 시설입소를 희망할 경우 노인요양원 등 입소시설 선택
* 재가서비스를 원할 경우 재가장기요양기관 선택
장기요양기관 계약및 서비스 이용 - 장기요양기관에서 방문조사, 욕구사정, 서비스계획 수립
- 장기요양기관과의 계약에 의거 장기요양서비스(시설급여, 재가급여 등) 이용
5) 장기요양기관(노인요양시설 등)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서 장기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 등 공급자를 장기요양기관이라고 하고 있다. 장기요양기관은 일정한 시설과 인력 요건을 갖추어 관할 시장․군수․구청장으로부터 지정을 받도록 되어 있다.
장기요양기관은 시설요양기관, 재가요양기관, 노인요양병원 등으로 구분된다. 시설요양기관은 노인을 시설에 입소시켜 일상생활에 필요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로서 노인복지법상의 노인요양시설 및 노인요양공동생활시설이 그 역할을 담당하도록 되어 있다. 재가요양기관은 가정에 있는 노인을 대상으로 방문요양, 방문목욕, 방문간호, 주야간보호, 단기보호 등의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이다. 노인복지법상의 재가노인복지시설이 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노인요양병원은 현물급여서비스가 아닌 간병비 등 현금급여를 예외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는 시설로서 의료법상의 요양병원이 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6) 재정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재원조달은 기본적으로 사회보험방식의 보험료로 조달한다. 다만 현행 건강보험제도와 같이 정부가 보험재정의 일정 부분을 부담하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용자도 일정한 부분을 부담하도록 되어있다. 장기요양보험료는 건강보험의 가입자, 즉 전 국민이 부담하도록 되어있으며, 건강보험의 보험료부과체계에 따라 부과․징수한다. 보험료율은 건강보험의 보험료에 일정율을 곱하여 산정하며, 그 보험료율은 보건복지부에 설치되는 노인장기요양위원회에 정하도록 되어있다.
정부의 재정부담은 우선 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를 국고에서 부담하고, 관리운영비도 국고에서 부담하기로 정하고 있다. 그리고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권자에 대해서는 급여비의 총액을 국고와 지방비에서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장기요양서비스에 소요되는 비용의 일부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상자 본인이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이 본인부담율은 시설급여의 경우 20%, 재가급여의 경우 15%로 정하고 있다. 다만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와 같은 공공부조대상자는 본인부담이 없고, 차상위 저소득층의 경우 본인부담금의 50%를 경감해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장기요양급여 비용을 지급하기 위하여 장기요양서비스의 수가체계가 따로 마련된다. 이 수가는 장기요양기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비용의 기준이 되며, 서비스의 내용에 따라 매월당 수가, 일당 수가, 시간당 수가, 방문당 수가 등 여러 가지 형태로 산정된다. 이 수가는 건강보험제도와 마찬가지로 매년 보건복지부장관이 고시하도록 하고 있다.
장기요양서비스의 비용은 서비스사업자인 장기요양기관이 청구하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심사하여 지급하게 된다.
7) 관리운영기관
노인장기요양보험은 보건복지부장관이 관장한다. 보건복지부는 이 제도에 관한정책의 입안과 서비스의 기준 등 제도시행에 필요한 총괄적 권한과 책임을 지고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의 보험자 겸 관리운영주체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의하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보험가입자 및 그 피부양자의 자격관리, 보험료의 부과와 징수, 장기요양인정신청인에 대한 조사, 등급판정위원회의 운영과 등급 판정, 장기요양인정서의 작성과 표준이용계획서의 제공, 장기요양급여의 관리와 평가, 수급자에 대한 정보제공․안내․상담 등 이용자 지원, 장기요양서비스 비용의 심사와 지급, 특별현금급여의 지급 등의 업무를 수행하도록 되어 있다.
시군구의 기초자치단체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에서 지원기능을 담당하도록 되어있다. 장기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장기요양기관(시설)의 지정업무를 담당한다. 이들 장기요양기관은 모두 노인복지법상 노인복시시설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 감독업무도 담당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설치되는 등급판정위원회의 위원 추천 업무를 담당하고, 인정신청 노인에 대한 가정방문조사에도 참여하도록 되어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서 정하고 있는 제도운영 전체의 흐름은 <그림-1>과 같다.
<그림-1>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틀과 업무의 흐름